인명여자고등학교, 인화와 협동으로 교육을 선도하다

개교 30주년 맞이한 사학(私學)의 명문(名門) ‘인명(仁明)’
인화와 협동으로 교육을 선도하다

안상수 인명여자고등학교 설립자·상명학원 이사장

봄이 점차 자취를 감추고 신록이 일기 시작하는 여름의 근처, 인천 미추홀구에 위치한 <인명여자고등학교>에서 느껴지는 계절은 어느 곳보다도 선명했다. 개구리 우는 소리가 들리는 ‘입하(立夏)’지만 학생들의 명랑한 웃음소리가 학교를 가득 채웠다. 고등학교의 시기는 입시 경쟁과 학업 스트레스로 많은 고통을 느끼는 시기이다. 하지만 인명여고 학생들을 향해 아낌없는 사랑을 보내주는 교사들의 격려는 제자들이 꿈을 실현하는 데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고 있다. 또한 교정의 어딜 가나 인사가 끊이지 않는 예의 바른 학생들의 모습은 사회를 밝게 비추는 인재를 양성한다는 학교의 목표에 충분히 걸맞았다.

교사들과 학생들의 시너지가 빚어낸 산물인 인명여고가 어느덧 개교 30주년을 맞았다. 새로운 교육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다양한 교육과정을 도입해 ‘명문사학’이라는 타이틀도 오랜 시간 이어오고 있다. 학생의 학력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대에 필요한 세계시민으로서의 적응력과 차원 높은 자질을 함양시키기 위한 노력도 멈추지 않는다. ‘1지망 학교’, ‘입시 명문’, ‘과학중점학교’ 등의 성과를 이뤄낸 인명여고는 이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비전을 세우고 있다. 그 중심엔 교사와 학생들의 든든한 버팀목, ‘Do your very best!’를 외치는 안상수 이사장이 있다. 인명여고는 개교 30주년을 맞아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의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위클리피플>은 안상수 이사장을 만나 그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았다.
취재·글_이선진 기자, 최윤정 기자

인명여고의 닻을 올리다
안상수 이사장은 교육보국(敎育保國)이라는 일생의 신념에 따라 간난신고(艱難辛苦) 끝에 학교 준공을 마치고 1989년, 마침내 제 1회 입학생들을 맞이하게 된다. 당시를 회상하는 안상수 이사장의 얼굴에서는 아직도 그날의 감격과 긍지가 역력하게 읽히는 듯했다.

“1988년도에 설립인가를 받고 우여곡절 끝에 학교가 세워졌습니다. 당시 강남에 학교를 짓기 위해 부지를 마련해 둔 상황이었고, 인천 지역엔 아무런 연고가 없었죠. 하지만 교육감과 인천시장의 삼고초려(三顧草廬)에 감동한 저는 결국 인천에 학교를 세우게 되었습니다.”

당시 안상수 이사장은 화학 교사로서 남학교에서만 교편을 잡아왔고 서울광성고등학교에서 15년 여 동안 교장으로서 학교를 경영해왔던 터라 여학교 건립을 부탁받았을 때 적지 않은 고민을 겪었다고 한다. 하지만 해마다 2천여 명이 넘는 인천의 여학생들이 중학교를 졸업하고 갈 고등학교가 없어 진학을 포기하고 만다는 교육감과 인천시장의 간곡한 설득에 마음이 움직였고 같은 교사이기도 했던 아내의 적극적인 지지는 인명여고를 설립하는 데 큰 힘이 되었다고 한다.

명문사학을 향해 항해하다
개교 이래 인명여고는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며 인천의 명문학교로 발돋움했다. 새로운 교육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학교 실정에 맞는 교육과정을 편성하고 운영하며 인명여고만의 우수한 인재를 배출해냈다. 특히 인명여고는 교육과학기술부가 지정한 과학중점학교로 수학과 과학에 중점을 둔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과학중점학교로 선정되기 위한 경쟁이 매우 치열했던 기억이 납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전국에서 100개만 지정했기 때문입니다. 학교 내의 과학교육을 강화하여 우수인재를 배출하고 과학기술강국에 보탬이 되고자 인적·물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안상수 이사장의 탁월한 추진력과 행동력은 인명여고의 눈부신 성장의 큰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학생들에게 공교육의 안정된 환경을 제공하고, 학업에 정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주고자 기숙사 ‘송림학사’를 세운 것도 그의 추진력과 학생들을 향한 무한한 희생정신 때문이다. 송림학사는 인천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 중 유일한 기숙사이다.

“기숙사를 세울 당시엔 주변지역과 학교, 시청에서까지 반대가 매우 심했습니다. 하지만 무한 경쟁과 빠른 변화를 거듭하는 세계에 걸맞게 우수한 인재들이 학업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주변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에게 기숙사를 지어준 것이 매우 뿌듯합니다.”

안 이사장의 도전적인 학교 경영에 맞추어 교사들의 노력 또한 뒷받침된 것이 오늘날 인명여고를 만들 수 있었다. 특히 모든 선생님들이 고3 수험생처럼 생활하며 매일 학생들과 상담하고, 한 달에 한 번은 교사 워크숍을 열어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며 학생들을 위해 힘쓰고 있다. 이렇게 열정적인 교사들조차도 안 이사장의 성실성을 본받고 싶다고 입을 모은다. 새벽 6시 반에 출근해 하루를 시작하는 그의 모습은 모두에게 귀감이 된다. 교사들은 안 이사장의 존재만으로도 마음가짐이 달라지고, 더 좋은 교육을 제공하게끔 노력하게 된다고 전했다.

든든한 항해사가 되어주다
어느 때보다 열정적으로 학생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습에서 제자들을 향한 사랑과 희생정신을 엿볼 수 있었다. 인생의 대부분을 교단에서 지내며 많은 학생들을 만난 안 이사장은 제자들에게 늘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고 한다.

“우리 학교의 교훈인 ‘지성(至誠)’은 자신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라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사람은 자기가 해야 할 일을 알면서도, 게으름 때문에 미처 하지 못하게 됩니다. 거대한 목표를 추구하기보단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지성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Do your very best!’ 학생들에게 늘 해주고 싶은 말입니다.”

‘No matter what accomplishment you make, Somebody helps you.’ 학교 본관을 크게 장식하고 있는 문구이다. 자신이 어떤 성공을 이루어낼지 고민하지 말고, 자신의 위치에서 책임을 다하면 성공은 수반되어 온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그의 남다른 사고에 영향을 미친 인물은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라고 한다.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척박한 환경에서 찬란한 결과물을 꽃피어 낸 고 정주영 회장의 삶이 어쩌면 안 이사장과 많이 닮아있었다.

“정주영 회장은 매우 훌륭한 인물입니다. 그는 실향민으로 세계적인 기업을 이룬 최고경영자이죠. 그는 어릴 적 70원이라는 작은 돈을 가지고 집을 나섰지만, 83세가 되던 해에 소 500마리를 몰고 휴전선을 넘어 다시 고향을 찾아간 입지전적인 사람입니다. 그의 저돌적인 추진력과 행동력은 저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안 이사장 또한 실향민으로 평양공업대학에서 화학공학과 1학년 수료 후 6·25사변으로 인해 부산으로 피난을 내려와 ‘전시연합대학’에서 군복을 입은 채로 수업을 들었다고 한다. 역사적 고통과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항상 배움의 끈을 놓지 않았던 그의 젊은 시절은 세대를 넘어 지금의 학생들에게도 귀감이 되기에 충분하다. 구순(九旬)을 바라보는 그는 지금도 해마다 6월 25일이 되면 학생들에게 자신이 겪었던 전쟁의 참상을 생생하게 증언하며 평화와 배움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고 한다.

더 높은 닻을 올리다
‘화려한 연극은 계속되고, 너 또한 한 편의 시가 된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 등장하는 대사다. 끝없는 시험과 입시 스트레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고등학생들의 숙명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선생님, 친구들과 만들어가는 추억은 힘든 학창 시절을 버틸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 된다. 영화의 대사처럼, 고등학교 시절은 인생이라는 연극에서 어느 때보다 아름다운 시가 되는 것이다.

인명여고의 서른 번째 생일은 무수한 학생들의 추억으로 이루어져 있다. 학교의 든든한 버팀목, 안상수 이사장을 회상하는 졸업생들은 그를 ‘따뜻한 훈장님’이라고 묘사했다. 인생 선배, 멘토로서 쓰디쓴 조언과 충고를 주기도 하고, 스승이자 교육자로 학생들을 보듬어주는 모습은 학생들의 기억에 오래 남아있었다. 안 이사장은 수많은 학생들이 인명여고라는 배움의 장에서 성장하고 훌륭한 인재로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또한 함께 제자들을 교육하며 지금의 인명여고를 만들어 낸 교사들에게도 감사의 말을 전했다. 그는 선생님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열거하기도 하며 교사들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함께 힘써주는 인명여고의 선생님들 모두에게 늘 고맙습니다. 그리고 평생의 동반자 언제나 큰 힘이 되어주는 가족들에게 늘 고맙고 감사합니다.”

인명여고는 개교 30주년을 맞아 또 다른 비전을 그려가고 있다. ‘과학중점학교’를 통해 이공계 인재를 양성하는 것과 더불어 국제외교통상과정을 개설하여 글로벌 인재 배출에도 앞서고 있다. 문화의 다양성, 인권, 세계평화 등 인류가 지켜야 할 보편적 가치에 대해 교육하고, 세계화 시대를 주도할 학생들을 길러내고 있다. 또한 최근엔 중학교에서 ‘자유학기제’를 도입하는 등 학력경쟁을 넘어 학생의 전반적인 진로, 삶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교과 외 창의적 체험활동에 대한 요구도 늘어나고 있다. 인명여고는 학생의 소질, 적성, 특기, 진로를 고려해 다양한 교육과정을 편성하고 운영하며, 학생의 자발적 참여를 독려하고 자신의 삶을 개척할 수 있는 능동적 환경을 조성해주고 있다.

인명여고의 교목인 ‘은행나무’는 어떤 환경에서도 잘 자라서 가로수로 많이 이용되는 나무다. 또한 ‘장엄(莊嚴)’이라는 꽃말에 걸맞게 거목으로 성장한다. 이렇듯 은행나무처럼 사회 곳곳에서 역량을 발휘하고, 세계의 무대에서 크게 성장할 인재를 길러낼 인명여고의 미래가 더욱 기대된다.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그 터를 닦고 주춧돌을 놓은 안상수 이사장의 이름은 인명의 역사와 함께 무궁(無窮)하다.

profile

송림(松林) 안 상 수(安相秀)

1931.05.23. 황해도 안악군 안악면 출생
1949.06. 진남포공업고등학교(구 상공학교) 졸업
1949.09. 평양공업대학 화학공학과 입학
1952.01.10. UN군 산하 미 극동사령부 8240부대 제1공수부대 입대
1955.03.10. 부산 동아대학교 졸업
1955.04.05. 삼척공업고등학교 교사 발령
1965.04.01.~1970.01.30 삼척산업대학 부교수 역임
1973.09.01.~1988.12. 서울 광성고등학교 교장
1975. 서울특별시 교장협의회 부의장
1977. 한구석밝히기 운동 서울특별시 회장
1981.08.01.~1983.08. PAPE총회 참가(LA, 홍콩, 필리핀)
1988.08.02. 인명여자고등학교 설립
1989.08.~1999.08. 인명여자고등학교 초대 교장
2000. 대한사학협의회 인천시 회장
2000.02. 국민훈장 동백장 수훈(대통령)
2008.10. 국가유공자증 수여(대통령)
2014.11. ~ 현재 학교법인 상명학원 4대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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