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현 목사, 안전한 사회를 추구하는 희년(禧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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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17

김상현 목사, 안전한 사회를 추구하는 희년(禧年)

이선진 기자ㅣnews@weeklypeople.net

안전한 사회를 추구하는 희년(禧年)

김상현 목사(지구촌교회 협동목사)

50년동안 진행된 국가조찬기도회였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느꼈는지 모르겠지만, 교회에서 많은 설교를 들어본 저에게 문재인 대통령의 이번 축사는 설교보다 더 설교같은,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저는 20년 넘게 희년을 공부하면서 가르치고 개인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통령이 축사 중 국가조찬기도회의 의미와 함께 이 ‘희년’에 대해, 그것도 개념의 유래인 성경의 내용을 정확하게 언급한 것입니다. 기독교인들 중에는 성경에서 희년에 대한 이야기를 잘 모르거나 혹은 시대에 전혀 맞지 않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희년의 의미는 영적인 구원과 관련된 것임으로 현실 신앙생활에는 필요없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 축사로 인해 평소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희년에 대한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음은 대통령의 축사 중에서 희년과 관련된 부분입니다.
“올해로 50주년을 맞는 국가조찬기도회에 따뜻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특별히 올해는 희년의 해를 축복하는 자리여서 더욱 뜻깊습니다. 성경에서 희년은 죄인과 노예, 빚진 사람 모두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는 해방과 안식의 해였습니다. 약자는 속박으로부터, 강자는 탐욕으로부터 해방되어 다시 공동체가 건강해질 수 있었습니다. 경계와 벽을 허무는 포용과 화합의 정신이 희년을 통해 나타난 하나님의 섭리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우리 사회에서 희년의 의미를 되새기고 실천을 다짐하는 기도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희년에 대한 이야기는 성경의 레위기 25장에 처음으로 등장합니다.
8 너는 일곱 안식년을 계수할지니 이는 칠 년이 일곱 번인즉 안식년 일곱 번 동안 곧 사십구 년이라 9 일곱째 달 열흘날은 속죄일이니 너는 뿔나팔 소리를 내되 전국에서 뿔나팔을 크게 불지며 10 너희는 오십 년째 해를 거룩하게 하여 그 땅에 있는 모든 주민을 위하여 자유를 공포하라 이 해는 너희에게 희년이니 너희는 각각 자기의 소유지로 돌아가며 각각 자기의 가족에게로 돌아갈지며 11 그 오십 년째 해는 너희의 희년이니 너희는 파종하지 말며 스스로 난 것을 거두지 말며 가꾸지 아니한 포도를 거두지 말라 12 이는 희년이니 너희에게 거룩함이니라 너희는 밭의 소출을 먹으리라

하나님께서는 세상을 공평과 정의로 다스려지기를 원하십니다. 이런 하나님의 의지가 발현된 것이 희년이라는 제도입니다. 희년은 공평과 정의가 이 땅에 실현되는, 하나님이 기뻐하는 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희년에는 가난한 사람들이 빚을 탕감받고, 빼앗겼던 토지를 회복하며, 노예인 자들은 신분을 회복합니다. 이런 제도를 통해 사회는 안전하고 안정적인 모습으로 되돌아갈 수 있게 됩니다. 이처럼 희년제도는 단순히 종교적인 제의가 아니라,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키는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명령입니다. 즉, 희년은 모든 사람이 자신의 ‘기업’을 회복하도록 명령하고 계시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희년을 이야기를 하려면 기업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기업(基業)는 ‘inheritance’라는 단어를 번역한 것으로 ‘상속’, 즉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이나 직업을 말합니다. 모든 사람들에게는 각자 물려받은 기업이 있습니다. 인류 중 첫 사람이라고 하는 아담과 하와의 예를 통해 우리는 기업을 크게 관계기업, 생명기업, 토지기업으로 나눌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창세기 2장 7~9절)
7 여호와 하나님이 땅의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 생기를 그 코에 불어넣으시니 사람이 생령이 되니라 8 여호와 하나님이 동방의 에덴에 동산을 창설하시고 그 지으신 사람을 거기 두시니라 9 여호와 하나님이 그 땅에서 보기에 아름답고 먹기에 좋은 나무가 나게 하시니 동산 가운데에는 생명 나무와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도 있더라

하나님은 인간을 만드실 때, 생기를 그 코에 불어 넣으셔서, 인간을 ‘생령’이 되게 하셨습니다(7절). 인간에게 생명의 기업을 주신 것입니다. 또한 이 인간들을 에덴동산에 두셨는데(8절), 이것은 그들에게 주어진 토지기업을 보여줍니다. 마지막으로 하나님은 인간들에게 생명나무, 그리고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를 주셨습니다(9절). 이 두 나무는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를 보여줍니다. 하나님은 이 나무와 함께 그 열매들을 먹어라, 먹지 말아라 라고 하는 명령을 인간에게 하셨기 때문입니다. 이 때 하나님의 명령을 지키는 것은 인간이 하나님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이 됩니다. 그러나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스스로 신이 되고 싶었던 인간은 하나님의 자리를 탐하여 명령을 어기고 선악과를 먹게 되고, 하나님과 원수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범죄로 인해 인간은 하나님이 주신 모든 기업을 상실하게 됩니다. 앞서 언급한 세 가지로 인간이 상실한 기업을 다시 살펴보겠습니다. 범죄 이후 인간은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두려움을(창3:10),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부끄러움을(창3:7) 가지게 되었습니다. 또한 에덴동산에서 추방되어 근본된 토지를 땀을 흘려 경작하게 되었습니다(창3:23). 마지막으로 생명 나무에 접근하지도 못하게 되었습니다. 생명의 기업을 상실해, 모든 인간은 죽음을 피할 수 없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상실된 기업, 그 회복을 위해 우리에게 오신 분이 기업무를 자(성경 룻기에 나오는 개념. 히브리어로는 ‘고엘’이라는 말로 ‘친족’, ‘근족’을 뜻하며 ‘형제를 대신하여 보수(報酬)할 자’, ‘형제의 억울함을 회복할 자’, ‘구속자’(救贖者)를 가리킨다. 이 고엘 제도를 통해 이스라엘 각 지파는 자신들이 분배받은 기업(땅)을 영구히 보존하고, 각 혈족을 유지하며, 또 이스라엘 공동체 내에서 억울한 일이 발생했을 때 정당한 보상을 해주게 되었다.) 되신 예수 그리스도 입니다. 이와 같이 기업의 회복에 대한 이야기인 희년은 인간의 영적인 구원에 대한 원리인 동시에 우리의 일상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원리라 할 수 있습니다.

세상이 안전하고 또 건강해지기 위해서는 문 대통령께서 언급한 것처럼 가진 자와 가난한 자가 경계와 벽을 허물고 포용과 화합이 드러나는, 희년의 정신이 이루어지는 세상이 되어야 합니다. 성경 레위기에도 이러한 메시지는 잘 드러납니다.18 너희는 내 규례를 행하며 내 법도를 지켜 행하라 그리하면 너희가 그 땅에 안전하게 거주할 것이라

이 땅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는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이라는 값을 치르고 인간이 상실한 기업을 돌려 주셨습니다. 이렇게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회복된 기업을 누리게 된 자들은 회복을 먼저 경험한 자로서, 다른 누군가의 기업을 회복하는 일을 해야 합니다.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것에 대해 각 분야에서 다양한 해법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 모든 내용의 근본은 앞서 언급한 기업의 세 가지 요소로 설명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스도인/기독교인의 정의를 단순히 교회에 출석하는 사람이 아니라 이런 방식으로 재정의하고, 기독교인들이 이러한 일을 하며 살아갈 때 교회뿐 아니라 세상은 지금보다 조금 더 안전해지고, 기쁨과 활기가 넘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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