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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25
이재훈 대표이사, "가치를 전하는 여행"을 지향하다
김유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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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업계의 유의미한 변화,
‘가치를 전하는 여행’을 지향하다


이재훈 국경관광주식회사 대표이사


몇 해 전부터 빠짐없이 등장하는 이슈 중 하나는 ‘사드(THAD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인한 중국의 보복 형태인 ‘금한령(禁韓令)’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한중 상호간 경제 손실 점검과 대응 방안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사드 보복이 지속될 경우 2017년 올해 경제는 8조 5,000억 원의 손실을 볼 것으로 추산했다. 그중 관광업계 손실액만 7조 1,000억 원으로, 그만큼 국내 관광업계의 비중이 중국인 단체관광객(유커, Youke)에 집중돼 있음을 실감할 수 있다. 실제로 2015년 기준 방한 외국인 관광객 가운데 유커의 비중은 46.8%로 절반 가까이에 이르렀으며, 외국인 면세점 매출 중 유커 매출로 추정되는 비중은 71.8%에 달한다. 그런데 지난 3월 중국의 관광제한 조치로 한국을 방문한 유커수(22만 7800여 명)가 전년대비 66.6%나 줄면서 여행·운송 등 서비스수지가 사상 최대 규모의 적자(-32억 7000만 달러)를 기록한 점을 통해 볼 때, 사드 보복이 국내 경제의 미치는 영향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특히 중국 인바운드 여행사를 운영하는 여행사 대표들의 한숨은 날로 깊어지고 있다. 이에 위클리피플은 이렇듯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는 ‘어려운 시대’를 지혜롭게 헤쳐나가는 국경관광주식회사의 이재훈 대표를 만나 의견을 들어보았다.
취재·글_김유위 기자

여행업은 ‘가치 지향적’이어야 한다
서울 종로구 부암동에 위치한 청하고려인삼 건물에서, 국경관광주식회사의 이재훈 대표를 만났다. 이 대표를 만나기 전, 현재 한중 상황이 그리 긍정적이지 않은 만큼 중국 인바운드 여행사를 운영하는 그의 수심(愁心)이 깊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예상은 철저히 빗나갔다. 이 대표는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의 소유자였다. 현재 관광업계 동향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 대표는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갔다.

“사실대로 말하면 상황은 그리 좋지 않습니다. 근 몇 년 동안 관광업계는 호황을 누렸죠. 하지만 그 호황을 기반으로 하여 발전한 것이 양적 성장에만 치우치다 보니, 질적인 발전은 이뤄내지 못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 단체관광객들이 한순간에 발길이 끊긴 것이죠. 사실 특정 고객층만을 대상으로 사업을 한다는 것은 리스크가 높습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여행업계 종사자분들께서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과 가치를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오너의 능력은 위기 때 빛을 발휘한다고 하니까요.”



국내 인바운드 여행사 몇 곳의 타임스케쥴 및 여행 루트를 나열해 놓고 비교해보면 큰 틀은 대부분 비슷하다. 보다 많은 중국인 관광객들을 모집하기 위해, 여행상품의 다양성보다는 가격경쟁에 치중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물론 확실한 테마를 가진 여행사도 많고, 그 여행사의 루트는 단순 가격경쟁을 하는 곳과는 많이 다르다. 그러다보니 다른 여행사와의 가격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저렴한 상품을 많이 만들어야하고 그렇게 맞춰진 상품에서 좋은 식당, 좋은 호텔, 그리고 경비가 많이 드는 관광명소를 찾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에 여행사들의 가격경쟁 속에서 여행 상품의 질은 계속해서 떨어져만 갔다.

“발걸음이 뚝 끊긴 중국인 단체관광객을, 다시 호황을 누리던 때로 되돌리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상황을 뒤바꿀 특별한 자구책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냥 희망을 가지고 기다릴 뿐이죠. 다만 이번 상황을 계기로 자신을 돌아보는 반성의 시간을 많이 갖게 되었습니다. 여행 상품의 질을 높이고, 그 나라에 대한 좋은 인상을 가졌다면 다시 가고 싶은 것이 사람 심리라고 생각합니다. 한번 찾은 관광객이 다시 찾을 수 있도록, 단순한 가격 격쟁이 아닌 질 좋은 여행 상품을 만들고자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여행업계도 시대에 순응을 하고, 그에 발맞춰 진화해야 합니다. 여행사는 ‘가치를 파는 회사’라고 생각해요. 단순히 물건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그 나라의 문화를 여행객들에게 잘 전달해주고 좋은 인상을 남겨주어야 하는 뚜렷한 목적의식이 있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행업은 ‘가치 지향적’이어야 하죠.”

한국의 우수한 문화를 알리고 싶어
이 대표는 군 전역 후 미국행 유학길에 올랐다. 미국에 있으면서 이 대표가 느낀 점은 외국인들이 ‘대한민국에 대해 잘 모른다’는 것이었다. 그때부터 외국인 친구를 만나면, 이 대표는 한국을 그들에게 알리는데 힘썼고, 그럴 때마다 가슴 속에 ‘애국심’이라는 것이 점차 나타나기 시작했다.

“우스갯소리로, 외국에서 살다보면 모두들 애국자가 된다는 말이 있잖아요? 이 말에 어느 정도 공감을 합니다. 미국에서 공부하면서 친구들을 만났는데, 일본에 대해서는 정말 잘 알고 있더군요. 학교에 일본어학과도 있었죠. 그런데 정작 일본 바로 옆에 있는 한국에 대해서는 모르더군요. 그때서부터 한국의 음식을, 한국의 상품을, 한국의 문화를 알리는데 나름대로 노력했습니다. 한국으로 다시 돌아와서도, 한국을 찾은 외국인 친구들에게 가이드를 자처해서 한국을 알리곤 했죠. 그때부터 여행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가장, 그리고 대표로서의 책임감
2013년도부터 중국 인바운드 여행사, 국경관광주식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이재훈 대표. 그가 이 사업에 뛰어들고 나서, 2015년 상반기까지 국내 여행업계는 계속해서 황금기를 이어왔다. 한해 평균 약 830만 명의 중국인 단체관광객들이 한국을 방문하고 갈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런데 2015년 5월 20일, 국내 첫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 환자가 발생하면서부터 점차 중국인 관광객들은 발길을 끊었다. 메르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중국인 관광객의 수 역시 급감했다. 메르스 사태가 소강되고 다시 여행업계가 호황을 누리려는 찰나, 이번에는 사드 보복이 발생했다.

“상황이 악화되고 한 달 동안은 무기력하게 있었죠. 갑작스럽게 할 일이 없어진다는 것이 사람을 정말 지치게 만들더군요. 몸은 편했지만 마음은 항상 불편했습니다. 제게는 사랑스러운 아내와 딸 둘, 그리고 아들이 있습니다. 저를 믿고 따라주는 가족들을 생각하니 다시 힘을 내야 했습니다. 행복한 아버지 품에서 자란 아이들이 행복한 아이들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제 스스로가 불행하다고 느끼는데, 제 자녀들이 행복한 어른으로 성장할 수는 없겠죠. 이렇게 자기최면을 하다 보니 극복할 수 있는 긍정의 힘이 생겼습니다. 더불어 제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생겼습니다. 비록 상황은 어렵지만, 제 인생관과 가치관을 다시금 생각해 볼 계기가 되었습니다.”

회사가 어려워질수록 고난과 역경을 헤쳐나갈 대표자의 무거운 책임감과 직원들을 이끄는 리더십이 필요했다. 이에 이재훈 대표는 그의 아버지에게서, 대표자가 필요한 역량을 배워나갔다. 사실 이 대표는 청하고려인삼 이웅희 대표의 아들이다.

“같은 업계에 부자(父子)가 종사한다는 것은 큰 매력입니다. 사업을 진행하면서 여러 가지 사항에 대해 편하게 논의를 할 수도 있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있어서도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죠. 사실 대표라는 직함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참 외롭습니다. 혼자 고민하고 결정을 내려야 하는 시간이 많고, 새로운 방향 제시도 해야 합니다. 그래서 마음을 터 놓을 수 있는 사람이 꼭 필요합니다. 그런 면에서 저는 복이 많은 사람이죠. 아버지와 아들이 서로의 고민을 공유하고 대안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 일상이니까요. 한마디로 든든합니다.”



질적 성장을 위한 토대
한 차례 자기 성찰의 시간을 거친 이 대표와 국경관광의 모든 임직원들은 보다 질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현재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앞으로의 여행업계는 얼마만큼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입니다. 단순히 대량생산하듯, 찍어내는 여행상품이 아니라 한국을 찾은 관광객들이 소중한 시간을 투자한 만큼 저마다의 추억을 안고 갈 수 있도록 짜임새 있는 콘텐츠를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 현재 구상 중에 있는 것은 관광객들이 주도적으로 본인이 가고 싶은 여행지를 선택하여 로드맵을 만들어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매번 똑같은 식상한 여행이 되지 않도록, 여행 상품 안에 최대한 ‘개인의 자유도’를 반영하는 것입니다. 더불어 한국을 방문하는 관광객을 보다 철학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려 합니다. 너무 시장논리에만 치중하다보니 가격에만 신경 썼던 것도 사실이죠. 제 관점이 달라지면 새로운 시장 가능성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위기 속에서 한층 성장할 수 있는 지혜를 발견할 수 있다고 했던가. 위와 같은 이 대표의 여행업에 대한 철학은 사실 모든 관광업계 종사자들이라면 응당 가지고 있어야 할 가치라고 생각된다. 여행사는 가치를 파는 회사임을 강조하는 이재훈 대표. 앞으로도 이와 같은 초심을 잘 지켜나가, 국내 관광업계가 처한 어려운 현실 속에서 한 줄기 빛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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