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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26
이젠니 디자이너, 패션에 ‘지속 가능한 가치’를 담다
신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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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을 품은 디자인, 패션에 ‘지속 가능한 가치’를 담다

이젠니 디자이너 | 젠니클로젯 대표


환경오염은 인류가 해결해야 할 현대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다. 환경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한 가운데, 패션업계에도 이러한 흐름이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대세인 패스트패션은 트렌드에 맞춰 발 빠르게 만들어지기 때문에 다수의 소비자들은 값싼 옷을 한 철만 입고, 새것으로 교체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이로 인해 엄청난 양의 의류 폐기물이 발생하는데 패션산업이 환경의 적이라고 지적을 받아온 데에는 이 같은 현상에 기인한다. 그러나 최근 ‘슬로 패션’이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패션계에도 친환경 바람이 불고 있다. 슬로 패션은 친환경 소재로 만든 지속 가능한 패션을 가리킨다. 이러한 개념이 나온 바탕에는 친환경적인 관점을 가지고 의류를 생산하는 에코 디자이너들의 영향이 크다. 젠니클로젯 대표 이젠니 디자이너는 에코 디자인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낸다. <위클리피플>은 환경과 옷을 향해 걸어온 그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았다.
취재_신영경 기자, 이선진 기자 / 글_신영경 기자

디자이너를 향한 꿈의 여정
동대문에 위치한 젠니클로젯 매장은 아담하지만 개성 있는 제품들로 가득했다. 심플하면서도 독특한 디자인이 눈길을 끈다. 젠니클로젯은 대표적인 에코 디자이너 브랜드이다. 친환경적인 소재를 사용하거나 업사이클링 디자인을 통해 상품을 제작한다. 단순히 에코소재만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지속 가능한 상품을 만들고, 오랫동안 소비하는 것을 추구한다. 젠니클로젯 이젠니 대표는 “기업의 스토리가 다른 브랜드와 다르기에 여기에서 일하고 있는 이유도 기존 디자이너와는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인터뷰에 말문을 열었다. 어렸을 때부터 패션디자이너의 꿈을 키워왔다는 이 대표. 그가 디자이너의 꿈을 가지게 된 배경이 궁금했다. 충남 서산에서 전형적인 시골 소녀로 자란 이 대표는 “매미와 메뚜기를 잡으며 뛰어놀던 게 익숙한 환경이었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초등학교 5학년 실과 시간에 신발주머니를 만들었어요. 여기에 흠뻑 빠져서는 옷도 만들 수 있겠다 생각했죠. 시내에 가서 천을 사다가 원피스를 처음 만들어봤습니다. 천에 누워서 몸을 본 따고, 바느질을 해서 놀이터에 입고 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걸음이 안 걸어지는 거예요. 원피스에 왜 트임이 있어야 하는지 알게 된 순간이었어요.”

이 대표는 중학교에 진학해서도 패션 디자이너가 되겠다는 꿈을 저버리지 않았다. 그는 “옷 만드는 것이 즐겁고, 내가 만든 옷을 본 친구들의 반응이 좋아서 이걸 꼭 하고 싶다는 의지가 강했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대학도 의류학과에 진학했다. 그에게 옷은 특별한 의미로 해석된다.

“한 번은 동묘 시장에 갔는데, 트럭에서 사람들이 옷을 마구 짓밟고 있는 거예요. 도저히 그 모습을 볼 자신이 없었어요. 옷도 하나의 생명과 같은데 그걸 보니 절망적인 느낌이었어요.”

에코 디자이너의 길을 걷다
이 대표는 이미 취업한 선배들의 일상을 보며 깊은 고민에 빠졌다. 자신이 그려온 ‘디자이너’의 모습이 아니었다는 것이 그 이유. 그는 결국 개인 디자이너로 진로를 정하며 23살에 사업을 시작했다. 그는 “디자인에 대한 모티브가 항상 환경과 연관이 되었다”며 에코 디자인을 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공모전을 두 번 나갔는데 한 번은 떨어지고 한 번은 대상을 받았어요. 에코 패션 콘테스트에서 가죽과 옥수수 껍질을 엮고 커피 염색을 해서 옷을 제작한 게 대상 수상까지 이어졌습니다. 제가 하는 디자인에 환경이 큰 영향을 미치다 보니 이후에도 쭉 버려진 소재를 활용해서 작업을 했어요.”

패션은 유행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렇기에 디자이너는 시즌마다 새로운 옷을 내야 하는 게 당연한 실정이다. 이 대표에게 이것은 매우 불편한 사실이었다. 빨리 만들어내고 생각 없이 버려지는 옷을 보니 회의감이 들었다는 이 대표. 그는 “내가 생각한 옷의 개념은 그게 아니었다”며 당시 생각을 전했다. 혼자서 일을 하는 것도 큰 벽이었다. 25살에 사춘기가 찾아왔다는 이 대표는 서울 생활의 힘겨움을 겪었다. 그중 가장 절망적인 순간은 오래도록 간직했던 디자이너의 꿈이 현실로 이루어질 수 없는 세상이라는 걸 느꼈던 때였다. 그는 “꿈을 잃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공허하고 열정이 모두 사라진 기분이었다”고 고백했다. 2년간 서울시에서 지원을 받으며 버틴 그는 힘든 시기를 겪고 27살에 쇼룸을 작게 운영했다. 잠시 가야 할 방향을 잃었을 때 재능기부를 하기 시작했는데, 이때가 바로 ‘젠니클로젯’사업의 시초가 되었다.



에코 디자이너 브랜드 ‘젠니클로젯’의 탄생
이 대표에게 새로운 희망이 생겼다. 그는 재능기부를 통해 디자인을 하면서 옷을 고쳐주는 일을 담당했다. 모임은 점차 활기를 띠고, 6명의 고정 멤버를 이루었다. 모임의 이름은 젠니클로젯. 비영리단체 ‘열린 옷장’에서 이젠니 디자이너와 멤버들에게 지어준 네이밍이다. 함께 수업을 하다 보니 서로가 힘이 되었다. 그러다 데님으로 디자인한 제품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멤버들은 이것을 비즈니스화 시켜서 브랜드로 론칭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 대표와 멤버들은 이후 1년간 브랜드 구축 작업에 들어갔다. 먼저 기업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의미 있는 로고를 만드는 게 중요했다. 이 대표는 “나의 아이덴티티인 에코와 브랜드가 갖고 있는 개성을 담기 원했다”고 이야기한다. 로고를 봐도 젠니클로젯의 가치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흡사 사슴의 형태를 띠고 있는 로고에는 이 대표의 에피소드가 숨겨있다.

“젠니하면 어떤 색과 동물이 떠오르는지 주변 분들께 여쭤봤어요. 특히 동물은 제 개인의 이미지도 있지만 브랜드가 가져갈 이미지로 많이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사슴이 많이 겹쳤어요. 어느 날 십장생의 사슴을 보게 되었는데, 그 속에 담긴 의미가 저희 브랜드의 가치와 유사했습니다. 십장생은 영생과 재생의 뜻을 품고 있잖아요? 저희 브랜드도 지속적인 것을 추구하면서 영원한 것과 다시 쓸 수 있는 것을 제품에 담아내는 거예요. 그렇게 사슴이 젠니클로젯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사슴의 디자인은 이 대표가 액세서리 작업을 했을 당시 바지 후크를 재활용해서 만든 경험을 살렸다.

꿈들이 소곤거려 길을 만든다
젠니클로젯의 주력 상품은 가방이다. 옷의 매출이 가장 높은 편이지만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우리의 개성과 가치를 담아내기에는 옷보다 가방이 더 적합하다”고 설명한다. 옷의 경우 다수의 사람들이 가볍게 입는 것을 좋아하고, 매 시즌마다 가장 큰 변화가 생기기 때문이다. 젠니클로젯은 에코 브랜드로 소재나 제작 과정에도 다른 브랜드와는 차이가 있다.

“저희는 주로 자연과 가까운 데님과 면, 린넨 소재를 사용해요. 지속 가능한 상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내구성이 좋아야겠죠. 초반에는 아이템 하나를 만드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어요. 과연 우리 상품이 잘 팔릴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먼저 제품에 혼신의 힘을 다하기로 했습니다. 좋은 제품이라면 고객들이 사용하면서 저희의 가치를 알게 될 것이라고 믿었어요.”

이 대표는 젠니클로젯이 고객에게 친밀한 것을 으뜸으로 꼽았다. 상품은 마음에 들지만 사소한 부분에서 아쉬움이 드는 고객이 있다면 취향에 맞게 교체가 가능하다. 손잡이의 두께나 모양, 끈 길이 등이 그 예. 이는 소비자 입장에서도 차별화된 시스템이다. 직원들을 향한 이 대표의 애정도 남다르다. 그는 “상품을 디자인하는 직원들이 행복하지 않으면 제품을 쓰는 고객도 결코 행복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그렇기에 먼저 구성원들이 내부적으로 행복해야 한다는 게 그의 입장이다.

“저희는 강소기업이에요. 회사가 참 보일 듯 말 듯 작은데 직원들 모두 우리가 지금은 마이너지만 메이저로 갈 거라는 마인드를 갖고 있어요. 시작하지 못했던 사람들이 향후 성공한 젠니클로젯을 보면서 많이 도전했으면 좋겠어요. 꿈들이 소곤거려 길을 만든다고 합니다. 저희의 작은 소곤거림이 결국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만드는 거죠.”

이 대표의 바람은 젠니클로젯이 고객과 오래도록 함께하는 친숙한 브랜드가 되는 것이다. 70세 백발의 상태에도 어린 친구들과 소통하면서 현직에 있는 자신의 모습을 그린다는 이 대표. 이러한 꿈을 실현하기 위해 그는 오늘도 더 치열하게 일할 것을 다짐한다. 환경과 디자인을 향한 이젠니 대표의 노력이 에코 패션의 발전을 위한 초석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profile
세계녹색구매대회 ECO-패션디자인 대상수상
2006 대한민국 미술대전 동상수상
2007 용산국제 미술대전 특선수상
2007 S/S HONG KONG FASHION WEEK 참가
2008 F/W HONG KONG FASHION WEEK 참가
2010 친환경 브랜드 ‘MAP&ZEN’ 설립, 운영
2011 KBS ‘도전 에코패셔니스타’ 에코디자이너 MC
2011 ECO DESIGN SHOP ‘DREAM’ 오픈
2013 업사이클링 브랜드 ‘ZENNYCLOSET’ 런칭
2014 롯데피트인 동대문점 젠니클로젯 1호점 오픈
2014 서울시 ‘사회적경제 아이디어대회’ 최우수상 수상
2016 대구백화점 프라자점 ‘ZENNY’ 런칭/젠니클로젯 2호점 오픈
2016 롯데몰 은평점 젠니클로젯 3호점 오픈
2017 롯데몰 산본점 젠니클로젯 4호점 오픈 (편집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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