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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25
정세균 국회의장, 삼두마차 국회의 고삐를 쥐다
임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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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국회의장, 삼두마차 국회의 고삐를 쥐다
 
기대와 우려 속에서 제20대 국회가 개원했다. 16년 만에 처음으로 맞이하는 여소야대 국회이며, 한국 정치 풍토에서 다시는 나올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삼당체제가 이루어졌다. 생소한 것은 정치 환경뿐만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대내외적으로 전례 없는 경제적, 사회적 도전을 맞닥뜨리고 있다. 20대 국회를 이끌어나갈 정세균 국회의장의 역할이 더 없이 중요한 이유다. 취재·글_임주형 기자
 
정세균 의장은 1974년 고려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했다. 학창 시절 총 학생회장을 맡았으며 대학 신문기자로 활동하며 유신 체제 반대운동에 가담하기도 했다. 78년 쌍용그룹에 입사해 쌍용그룹 종합상사 미국 주재원으로 일했다. 이 시기에 페퍼다인대학교 경영대학원 MBA를 취득했고, 95년까지 쌍용그룹에서 수출 관련 업무를 맡았다. 정 의장은 95년 김대중의 특별보좌관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96년에는 고향인 전북에서 제15대 국회의원에 당선됐고, 이후 18대까지 4선에 성공한다. 참여 정부 시절 산업자원부 장관을 역임했고, 수출 3000억 달러를 달성한 공으로‘3000억 달러의 사나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열린우리당의 마지막 의장을 지냈으며, 19대부터 지역구를 서울 종로로 옮겨 5선에 성공했다.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오세훈 후보를 꺾고 다시 한 번 국회에 입성했다. 이후 국회의장 선출 투표에서 287표 중 274표를 얻어 20대 국회의장이 되었다.
 
정 의장은 정치권의 신사로 유명하다. 국회의원 중 가장 모범적인 의원에게 주어지는 <백봉신사상>도 7번이나 수상했다. 실무, 관리에 능한 지도자라는 인식이 강하며 언제나 온화한 미소를 잃지 않아 ‘미스터 스마일’이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강단이 있다는 게 주된 평가다. 참여정부의 4대 개혁 중 하나였던 사학법 개정안 통과를 진두지휘했던 사람도 정 의장이었다.

20대 국회는 우리나라가 16년 만에 맞이하는 여소야대 국회다. 박근혜 정부의 임기가 황혼에 들어서면서 레임덕이 현실화되었고, 나라 안팎으로 해결해야 하는 시급한 문제들이 지천이다. 20대 국회가 정 의장의 ‘부드러운 강함’을 선택한 이유다. 불확정성의 시대에 맞이한 삼당체제 국회에는 다양성을 인정하는 한편 서로의 갈등을 조절할 수 있는 ‘신사의 품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민주당 시절에 정 의장은 당의 ‘정책통’으로 통했다. 특히 경제정책이 탁월했다. 99%의 서민과 증산층을 ‘먼저’ 잘살게 하여 경제를 윤택하게 만들자는 그의 분수경제론은 그간 한국 경제 정책의 주요 이념으로 작용했던 낙수경제론의 대척점 역할을 해주었다. 법인세 과세표준 1억 원 이상의 당기순이익을 내는 기업에 대해 순익의 1%를 청년세로 부과하자는 청년세 법안, 대선 후보 시절 제안한 하우스 푸어 정책은 분배 중심 경제 정책에 대한 그의 강한 열망과 정책입안자로서의 유능함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특히 하우스 푸어 정책은 이후 여당이 벤치마킹했을 정도다.
 
겸손함과 진실성은 정 의장이 가진 최고의 미덕이다. 20대 총선에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꾸준히 지지율을 높여갈 때도 “종로란 곳은 이름이 좀 알려졌다고 해서 지지를 받는 그런 동네가 아니다. 상당히 까다로운 곳”이라며 승리를 확언했다. 지역 곳곳을 부지런히 누비며 유세활동에 나섰던 자신의 성실함과, 그 동안 쌓아온 실적들을 믿었던 것이다. 충실한 삶을 살아온 사람들만이 이런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2016년 6월 9일, 정세균 의장은 국회의장 당선 수락연설문에서 국회가 해야 할 일들로 “피폐해진 민생을 살피는 일, 대한민국의 미래 비전을 만드는 일, 오랜 타성으로 무너진 국가 시스템을 재건하는 일, 희박해진 공동체 의식을 회복해 나가는 일”을 꼽았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치의 책임성을 강화하고, 무너진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앞서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국회의 여소야대 상황은 ‘반사이익’일 뿐이라고 말한 바 있다. 

박근혜 행정부의 권위적인 행보에 불만을 품은 유권자들의 징벌성 투표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가까스로 기회를 얻은 것이지,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싸늘한 시선은 여전하다는 것이다. 무너진 신뢰를 재구축하기 위해 그가 택한 방책은 국회의 강화다. 그는 “헌법정신을 구현하는 국회를 만들겠다”며, “국민주권을 실현하는 핵심적 대의기구로서 국회의 위상과 역할을 확립하고, 삼권분립의 헌법정신을 구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국회가 단순히 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넘어, 마땅한 권한과 책임을 행사하는 국정 운영의 주체가 되어 유권자의 의지를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포부다.
 
국회에 대한 국민들의 애증은 그 역사가 뿌리 깊다. 지금도 대한민국 시민들은 스스로 궐기하여 민주화를 이뤄냈다는 자랑스러운 역사적 기억을 간직하고 있지만, 동시에 자신들 손으로 뽑은 정치 엘리트로부터 소외되는 좌절도 겪었다. 최근 그 애증은 염증이 되어가고 있다. 18대 국회는 동물국회라 불렸지만, 19대 국회는 식물국회라고 비난 받았다. 무기력한 입법 기관은 민중의 정치 참여를 저해할 위험이 있다.
 
20대 국회는 달라야만 한다. 정 의장의 말대로 이번 여소야대 국회가 거듭 불통을 고수해 온 여당에 대한 국민들의 준엄한 심판이었다면, 그 경고의 칼끝이 한쪽만을 향해 있다고 생각할 순 없다. 여야가 유권자들의 목소리에 진심으로 귀 기울이고, 상호존중의 자세로 협력하여 올바른 국정을 해나가는 국회에 대한 염원이 담긴 메시지로 해석해야 할 것이다. 정세균 국회의장을 포함한 300명 의원들의 어깨에 얹힌 책무가 막중하다.

위클리피플 임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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